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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및 분쟁사례 > 배상책임보험

선박기간보험에서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와 사고와의 인과관계 및 추정전손의 성립 여부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60099 판결

 

서울고법 2003. 10. 10. 선고, 2002나41321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1062 판결

 

서울고법 2000. 4. 4. 선고, 99나28717 판결

 

서울지법 남부지원 1999. 5. 7. 선고, 97가합9919 판결)

 

 

 

 

 

판결요지

 

 

 

□ 선박기간보험(전손담보)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해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손해가 감항능력이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되 이러한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이 건의 경우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객관적인 사정상 선주인 피보험자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나 감항능력의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험자가 감항능력 결여로 인한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 추정전손의 여부에 대해서는 추정전손의 판단 기준시점은 위부통지시의 사실관계가 아니고 보험금 청구소송의 제소시에 존재하는 사실관계에 의하여 그 여부가 판단되어야 하며, 피보험자의 추정전손 주장은 보험사고의 발생을 주장하는 것이고, 그 입증책임은 피보험자에게 있으므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한 선박의 수리비가 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피보험자가 제출한 수리비 견적서들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선박의 전손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60099 판결]

 

 

 

      

 

 

 

1. 수리비의 산정을 위한 감정이 그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산출 근거가 불분명하다면 그 자체로서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선박관리자인 □□해운 주식회사와 해상보험 등 각종 손해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피고 사이에 1995. 10. 23. 원고 소유인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보험 기간을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로 하고,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해상․강․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이동 중의 사고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현실전손과 추정전손을 포함)만 담보하기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선박은 화물운송을 위하여 1996. 1. 31. 12:30경 중국 뉴잉코우(NEWYINGKOU)항을 출항하여 일본의 쿠타감(KUTAGAM)항을 향하여 항해하는 도중인 1996. 2. 1. 21:30경 유빙과 조류에 밀려 좌초되는 사고를 당하여 판시와 같은 손상을 입게 된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는 영국의 법과 관습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사실 등을 각 인정한 후, 원고가 제출한 판시의 견적서들 및 검정보고서들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 제출의 견적서와 검정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와 현저한 격차가 있는 손해사정인 두 개의 감정서를 제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판시 견적서와 검정보고서 등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각종의 부대비용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선박수리비가 보험금액으로서 수리완료 후의 선박의 가액으로 간주되는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여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반으로 인한 사실 오인이나 석명권 불행사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심은, 영국 해상보험법의 규정과 관습에 의하면,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위부통지 당시에 객관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실이 기초가 되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주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니며, 보험자가 피보험자로 하여금 위부통지 혹은 그 통지에 대한 거절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된 것과 같은 지위에 있게 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상, 위부통지시의 사실관계가 아니고 보험금 청구소송의 제소 시(at the commencement of the action)에 존재하는 사실관계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의 위부통지 시점 혹은 위부통지의 거절시점에 보험금 청구소송이 제기된 것과 같은 지위를 부여한다는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었던 이상, 피보험자인 원고가 이 사건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시점까지 현출된 모든 객관적인 사실과 상황을 기초로 그 객관적인 수리비를 확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추정전손 여부의 판단시기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고법 2003. 10. 10. 선고, 2002나41321 판결]

 

 

 

      

 

 

 

1. 기초 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안○○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선박회사인 원고는 벨리즈(BELIZE) 국적의 이 사건 선박 골○○○○○○호(총 톤수 1,253t, 화물적재중량 1,601.00t, 선종 일반화물선, 건조일 1974. 1., 건조자재 강철, 1995. 11. 2. 그 명칭이 골○○○○○호에서 골○○○○○○호로 변경되었다)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해상보험 등 각종 손해보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선박관리자 소외 ○○해운 주식회사는 1995. 10. 23. 피고와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 원고, 보험기간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 보험목적 선체 및 기타 기물,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 각 미화 500,000달러, 보험료 미화 28,944.50달러로 정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증권번호 : 5102×××) 그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 위험, 적하 또는 연료의 선적, 양하 또는 이동 중의 사고, 기관의 파열, 차축의 파손, 또는 기관이나 선체의 잠재적 하자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TOTAL LOSS ONLY, 현실 전손과 추정 전손을 포함한다)만 담보하며(제6조), 추정 전손과 관련하여 보험금액을 수리 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1회의 사고 또는 동일 사고로 인한 연속된 손상에 관련된 비용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제12조), 영국의 법과 관습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라. 한편,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제3의 가.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보험계약의 조건인 현상조사 및 수리를 받은 후, 화물운송을 위하여 1996. 1. 28. 13:00경 중국 뉴잉코우(NEWYINGKOU)항에 입항하여 정박하고 있다가, 같은 달 30. 10:30경 정박소(BERTH No. 5)에 접안하여 마그네사이트 화물 1,348.570t(MATRIC TON)을 적재하고, 같은 달 31일 12:30경 위 항구를 출항하여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KUTAGAM)항을 향하여 항해를 하던 도중, 다음날 21:30경 북위 40도 09분 34초, 동경 121도 48분 4초 해상에서 유빙과 조류에 밀려 좌초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마. 사고 후 중국의 항만당국에 비상구조요청을 하였는데, 이 사건 선박은 유빙과 조류에 충돌하며 표류하던 중 같은 달 3일 18:30경 출동한 예인선 2대에 의하여 뉴잉코우항에 예인되었으나, 침수량이 많은 관계로 항만당국에 긴급 양하요청을 하였고, 같은 달 6일 02:30경 양하를 마친 다음 다시 예인선에 의하여 같은 달 19일경 중국 대련(DALIAN)항에 입항하여 대기하다가, 같은 달 27일 대련에 있는 어선조선소(FISHING BOAT SHIPYARD)로 옮겨져 손상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바.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은 크고 작은 유빙에 갇혀 계속 충돌됨으로 인하여 항해를 계속하지 못하고 모래톱에 좌초되었으며, 좌초되어 좌현으로 경사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예인되기까지 40시간 이상을 파도와 유빙에 계속 부딪히면서 좌우로 진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선체의 외판, 기관실 내부의 기계, 프로펠러와 측계, 방향타와 조타기어 등이 손상을 입었다.

 

 

 

사. 이러한 손상에 대하여 선적국인 벨리즈의 항만검사원이 검사를 하였고, 그 권고에 따라 원고는 1996. 3. 4.경 대련 ○○조선소로부터 직접수리비로 미화 631,710달러의 견적서, 대련 ○○ ○○조선소로부터 직접수리비로 미화 569,667달러의 견적서를 각 제출받아 같은 달 21일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추정 전손에 해당하므로 위부(委付)와 동시에 보험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2. 영국의 해상보험법 규정 및 당사자들의 주장

 

 

 

가. 영국의 해상보험법 규정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의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에는, 보험목적이 파괴된 경우 또는 보험목적이 손상되어 더 이상 부보된 종류의 물건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의 점유를 박탈당하여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현실 전손이 되고(제57조 제1항), 보험목적이 선박인 경우에는 선박이 손상되어 그 손상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정 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이 되며(제60조 제2항), 추정 전손이 있는 경우 피보험자는 그 손해를 분손으로 취급할 수도 있고 또는 보험목적을 보험자에게 위부(Abandonment)하고 그 손해를 현실 전손인 것처럼 취급할 수 있으며(제61조),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을 위부하기로 선택하였으면 위부의 통지를 하여야 하되(제62조 제1항), 위부의 통지는 서면이나 구두로 또는 일부는 서면으로 일부는 구두로 할 수 있고 보험목적에 관한 피보험자의 부보 이익을 보험자에게 무조건 위부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면 어떠한 용어로 하여도 무방하고(제2항), 유효한 위부가 있을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목적의 잔존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이익과 이에 부수되는 권리를 승계한다고(제63조 제1항)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선박에 손상을 입었는데 그 수리비가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인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여 추정전손에 해당하고 원고가 위부통지를 하였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위 보험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

 

 

 

①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명시 담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고, ②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의 격벽(Double Bottom Ballast Tank Bulkhead), 선저 외판(Bottom Shell) 및 타축(Rudder Stock)에 부식 또는 균열이 있는 등 해상운송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않아 감항능력이 없었고, 피보험자인 원고가 이를 알면서 항해를 하게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면책되며, ③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에 해당하지 않고, ④ 원고가 위부 통지를 한 바 없으며, ⑤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이미 매각하였으므로 그 매각대금은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명시 담보 조건 불이행에 대하여

 

 

 

(1) 갑 제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보험 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Recommendation)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 담보 조건으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갑 제8호증 내지 갑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와 같은 명시 담보 조건을 이행하기 위하여 1995. 11. 2.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선주 대표와 그 외 다른 담당자들이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정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은 사실,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위와 같은 확인 및 검증을 거쳐 1999. 11. 25.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으나 지적사항(Recommendation)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 그 지적사항으로는 1996. 5. 2.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검정보고서(Survey Report)를 제출한 사실, 위 지적사항과 항해사 등 이 사건 선박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고는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산업, □□선박 공업사,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해치 덮개를 용접하며 선창 격벽을 제작하는 등 합계 2,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수리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3)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명시 담보 조건인 현상검사를 받고 그 지적사항을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가 위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지적사항의 이행기한(1996. 5. 2.) 이전인 1996. 2. 1.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상 원고가 명시 담보 조건을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불감항능력에 대하여

 

 

 

(1)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 제4항은 ‘어느 선박이 부보된 해상사업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모든 점에서 상당히 적합(reasonably fit)할 때에는 감항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5항은 ‘기간 보험(Time Policy)에서는 해상사업의 어떤 단계에서든 선박이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가 없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with privity of the assured) 항해하게 하였다면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영국 해상보험법의 법리에 의하면, 해상보험의 경우 감항성 또는 감항능력(seaworthiness)은 ‘특정의 항해에서 통상의 위험에 견딜 수 있는 능력(at the time of the insurance able to perform the voyage unless any external accident should happen)’을 의미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어떤 선박이 감항성을 갖추고 있는냐의 여부를 확정하는 확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특정 항해의 특정한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며(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60332 판결 참조), 항해 보험의 경우에는 원칙으로 감항능력 불비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지만, 기간 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한 묵시적 담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따라서 선박 기간 보험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손해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 즉 손해의 일부나 전부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되, 이러한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면책요건인 피보험자의 악의(privity)는 영미법상의 개념으로서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 사실로 인하여 해당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감항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positive knowledge of unseaworthiness)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turning the blind eyes to unseaworthiness)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2) 갑 제2호증의 1, 갑 제8호증, 갑 제10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21년 전인 1974. 1.에 건조되어 노후되었고, 이 사건 보험증권상 보험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Recommendation)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 담보 조건으로 하고 있는 사실, 이 조건에 따라 1995. 11. 2.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선주 대표와 담당자들이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전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았는데, 그 결과 한국선급은 1995. 11. 25.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고, 1996. 5. 2.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에 걸친 지적사항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Survey Report)를 제출한 사실, 원고는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였으나, 한국선급의 지적사항을 완전하게 수리한 바는 없는 사실, 1995. 11. 10. 이 사건 선박의 1, 2, 3 이중저 ballast tank 부식으로 인하여 매우 낮은 홀수에서도 균형을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즉시 수리되어야 한다는 수리 신청이 있었는데도, 이 사건 보험사고 이전에 이와 같은 하자가 수리되었다는 흔적이 없는 사실, 이 사건 사고 직후 선박을 조사한 □□□사 작성의 서면에 의하면, 선박 조사 당시 선원들로부터 선장과 기관장이 선주에게 선박과 해상의 상태에 비추어 항해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건의하였다고 말한 사실, 그 외 전체적으로 이 사건 선박은 부식이 매우 심하고, 선박의 타축, 타축지지브라켓 등에 사고 이전 균열로 인한 용접 흔적까지 보이는 사실, 이 사건 선박의 화물 적재 중량은 1,601t인데 사고 당시 1,348t의 화물이 적재되어 거의 만재에 가까운 상태였던 사실 등이 인정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3)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거의 모두 객관적인 사정들로서 선주인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선주인 원고에게 직접적인 수리요청까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감항능력의 부재에 대한 원고의 악의도 인정할 수 있다.

 

 

 

(4)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해당 선박의 감항능력 부재와 피보험자인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 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부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감항능력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외판이 유빙과의 충돌로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될 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 감항능력의 부재와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감항능력 부재로 인한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1) 추정 전손에 관하여, 영국 해상보험법 제56조는 제1항에서 ‘손해는 전부이거나 일부일 수 있다. 이하에서 정의하는 전손 이외는 분손이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전손은 현실 전손(actual total loss)일 수도 있고, 추정 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일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제60조 제1항에서는 ‘보험증권상의 명시적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보험목적의 현실 전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또는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 보험목적의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 전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abandonment)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추정 전손이 있다.’고 규정하며, 제60조 제2항 제2호는 ‘특히 다음의 경우는 추정 전손이 있다. 선박이 훼손된 경우, 선박이 피보험위험으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그 훼손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이 수리비의 산정에는 수리에 관하여 다른 이해관계인이 지급하여야 할 공동해손 분담액을 공제하여서는 아니되는 반면, 장래의 구조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선박이 수리될 경우에 선박이 부담하게 될 장래의 공동해손 분담액은 수리비에 가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2조 제1항은 ‘추정 전손인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보험금액을 수리 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선박 또는 난파선의 훼손된 가액 또는 해체된 가액은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해상보험법의 규정과 관습에 의하면, 추정 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위부 통지 당시에 객관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실이 기초가 되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주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추정 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시점은 보험자가 피보험자로 하여금 위부 통지 혹은 그 통지에 대한 거절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된 것과 같은 지위에 있게 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상, 위부 통지시의 사실관계가 아니고, 보험금 청구소송의 제소시(at the commencement of the action)에 존재하는 사실관계에 의하여 그 여부가 판단된다.

 

또 영국 해상보험법의 법리에 의하면, 어떠한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피보험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고(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따라서 그가 선박을 구조하고 수리하는 비용이 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영국 해상보험법 제55조 제1항이 ‘보험자는 보험증권에서 달리 약정하지 않는 한, 부보위험(付保危險)에 근인(近因)하여 발생한 손해(loss proximately caused by a peril against)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지고, 부보위험에 근인하여 발생하지 아니한 손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와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는 보험 사고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선박의 수리비는 해당 보험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한정되어야 하고,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하지 않은 수리비는 제외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로서는 해당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부를 하기 위하여는, ① 우선 해당 피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면 이 사건 선박이 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상태였음과 보험사고 후에 발생한 수리비를 입증하거나, ② 혹은 위와 같은 선박의 보험사고 전 무하자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해당 피보험사고로 인하여 손상을 입은 선박 부분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리비를 입증하여야만 한다.

 

또한 추정 전손인지 여부의 판단을 위한 영국 해상보험법 및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상의 선박수리비는 훼손된 선박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이에는 선박의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감정하기 위한 비용․선박을 수선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비용․선급검사인의 검사료․예선증명서의 발급비용․수선감독자의 감독비용․기타 수선에 부수하는 비용도 포함된다(대법원 20001. 2. 23.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그리고 그 수리의 정도는 동일한 적하를 운송하는데 필요한 수리가 아니라 공선(空船) 상태로 또는 어떠한 적하 상태에서 원래의 목적항으로 항해할 수 있는 선박으로 수리하는 것으로서, 영국법상 수리비는 사고발생 장소와 시간상 그 선박에 수반하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산정하되, 문제는 선박이 존재하는 곳에서 드는 수리비가 얼마인가라는 것이다. 또 협회 선박기간보험약관에 따라 수리비를 평가할 경우에 선박의 나이, 노후 등으로 인하여 증가된 수리비는 공제하지 않지만, 선박이 수리 후의 가격보다 적은 비용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선박의 노후상태로 인하여 완전한 수리를 위한 비용이 수리 후의 선박가격보다 많다는 이유로 추정 전손을 주장하여 위부를 선택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전손담보(Total Loss Only) 계약으로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선박의 훼손으로 인한 수리비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것은 바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주장하는 것이고, 그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훼손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하고,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의 위부통지 시점 혹은 위부 통지의 거절 시점에 보험금 청구소송이 제기된 것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명시의 의사표시가 없었던 이상, 이 사건 피보험자인 원고가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시점까지 현출된 모든 객관적 사실과 상황을 기초로 그 객관적인 수리비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원고가 그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수리비의 산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면 이 사건 선박이 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상태였음과 보험사고 후에 발생한 수리비를 입증하거나, 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손상을 입은 선박 부분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리비를 입증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그 수리비의 산정을 위한 감정도 그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산출근거가 불분명하다면 그 자체로써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3)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를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들로서는 ① 1996. 3. 4. 대련 □□조선소 작성의 미화 631,710달러 견적서, ② 대련 □□ □□조선소 작성의 미화 569,667달러 견적서, ③ 신일본 검정협회 검정인 히○○ ○○○ 작성의 수리비가 최소한 미화 50만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취지의 검정보고서(갑 제5호증) 및 ④ 히○○ ○○○ 작성의 수리비가 미화 516,160달러라는 취지의 추가 검증보고서(갑 제28호증)가 있는바, 대련 □□조선소, □□ □□조선소 작성의 위 ①, ② 각 견적서는 객관적인 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감정인이나 검정인에게 의한 것이 아니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고 선주의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많은 조선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견적서에 불과하여 그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고, 신일본 검증협회 히○○ ○○○ 작성의 위 ③ 검정보고서는 중국에서의 검증 및 감정업무가 처음인 검정인인 히○○ ○○○가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지 아니하고 □□ □□조선소 작성의 위 ② 견적서의 타당성만을 검토하고 그 중 일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후 최소 수리비가 미화 500,000 달러라는 취지로 감정하여 정상적인 형식을 갖춘 감정서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며, 위 ④ 추가 검정보고서 또한 별도의 추가 조사 없이 위 ③ 검정보고서를 기초로 수리비용과 명세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고, 위 ③ 검정보고서, ④ 추가 검정보고서 모두 중국 현지 수리비를 기준으로 감정하지 않고 수리의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하거나 혹은 일본에서 재료를 가져와 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수리비를 산정하고 있는 데다가, 수리의 기준이 되는 중국 현지의 수리요율표와는 달리 강제수리 단가의 경우 현저히 고액인 송□□ □□조선소의 견적내용에 대하여도 별다른 합리적인 설명 없이 이를 수용하고 있어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선박의 경우 수리를 요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리한 흔적 없이 출항에 나섰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장과 기관장이 선주에게 선박과 해상의 상태에 비추어 항해가 적당하지 않다는 건의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일본 해사 검정협회 오사카 지점이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화물의 검정을 위하여 이 사건 선박을 조사한 후 작성한 검정보고서(을 제2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의 선수 창고와 fore peak tank 주위의 선수 외판에 해수가 유입될 정도의 구멍이 있고, fore peak tank와 1번 ballast tank 사이의 격벽, 1번과 2번 ballast tank 외판에도 부식으로 인한 구멍이 있는데, 이러한 구멍들은 선저가 해저와 접촉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부식으로 인하여 마모되어 생긴 것이고, 선저 외판 두께가 2㎜ 이하로 심하게 마모되어 허용 한계 기준인 8㎜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구멍이 생기는 등 이 사건 선박이 외판, 격벽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신환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이 선박의 상태를 참작하면 위 ①, ② 각 견적서, ③ 검정보고서, ④ 추가 검정보고서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선박을 완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을 전제로’ 선박에 대한 모든 수리비를 산정한 것으로, 사고로 인하여 선박이 훼손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와 사고 이전부터 선박에 이미 손상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작성된 것으로 보이므로(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단법인 한국선급이 제출한 검증보고서에 기재된 23개 항목의 지적사항은 검정인 히○○ ○○○가 작성한 위 ③ 검정보고서 및 ④ 추가 검정보고서의 수리비 견적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위 ③ 검정보고서 및 ④ 추가 검정보고서에 기재된 수리비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수리비라고 주장하나, 사단법인 한국선급이 제출한 검증보고서는 접근 불능으로 ballast tank 내부의 천공을 조사하지 못하고, 이 사건 선박이 수면에 부양된 상태에서 홀수선 상단의 외판만을 조사하고 선저 부분은 조사하지 못한 채 작성한 것이어서, 그 기재만으로는 출항 전 이 사건 선박의 손상 부분이 23개 지적사항에 한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③ 검정보고서 및 ④ 추가 검정보고서에 기재된 수리비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수리비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4) 또한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 제출의 견적서와 검정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와 현저한 격차가 있는 손해사정인 작성의 두 개의 감정서를 따로 제출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전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한 이○○은 이 사건 사고 후 중국 대련 □□조선소의 서○○이 1996. 2. 14.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로 미화 61,750달러 내지 미화 80,000달러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취지의 견적서를 보냈다가, 일본 재료를 사용하여 수리하는 것을 전제로 증액하여 산정해 달라는 원고 대표이사인 아○○ ○○○○의 요구에 따라 위 ① 견적서를 새로 작성하여 보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각 견적서와 검정보고서, 추가 검정보고서 등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여 추정 전손에 해당한다는 점, 즉 이 사건 보험사고인 전손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1062 판결]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가. 선박회사인 원고는 벨리즈(BELIZE) 국적의 이 사건 선박 골○○○○○○호(총 톤수 1,253t, 화물적재중량 1,601.00t, 선종 일반화물선, 건조일 1974. 1., 건조자재 강철, 1995. 11. 2. 그 명칭이 골○○○○○호에서 골○○○○○○호로 변경되었다. 원심판결의 선박명칭은 오기로 보인다.)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해상보험 등 각종 손해보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선박관리자인 ○○해운 주식회사는 1995. 10. 23. 피고와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 원고, 보험기간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 보험목적은 선체 및 기타 기물,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 각 미화 50만 달러, 보험료 미화 28,944.50달러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증권번호 : 5102×××)하고, 그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 위험, 적하 또는 연료의 선적, 양화 또는 이동 중의 사고, 기관의 파열, 차축의 파손, 또는 기관이나 선체의 잠재적 하자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Total Loss Only, 현실전손과 추정전손을 포함)만 담보하며(제6조), 추정전손과 관련하여서는 보험금액을 수리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1회의 사고 또는 동일 사고로 인한 연속된 손상에 관련된 비용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제12조), 영국의 법과 관습을 준거법으로 지정하였다.

 

 

 

라. 한편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보험계약의 조건인 현상조사 및 수리를 받은 후, 화물운송을 위하여 1996. 1. 28. 13:00경 중국 뉴잉코우(NEWYINGKOU)항에 입항하여 정박하고 있다가 같은 달 30일 10:30경 마그네사이트 화물 1,348.570t(Matricton)을 적재한 후 같은 달 31일 12:30경 출항하여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KUTAGAM)항을 향하여 항해하던 도중 같은 해 2. 1. 21:30경 북위 40도 09분 34초 동경 121도 48분 4초 해상에서 유빙과 조류에 밀려 좌초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마. 사고 후 중국의 항만당국에 비상구조요청을 하였는데, 이 사건 선박은 유빙과 조류에 충돌하며 표류하던 중 같은 달 3일 18:30경 출동한 예인선 2대에 의하여 뉴잉코우항에 예인되었으나, 침수량이 많은 관계로 항만당국에 긴급 양하요청을 하였고, 같은 달 6일 02:30경 양하를 마친 다음 다시 예인선에 의하여 같은 달 19일경 중국 대련(DALIAN)항에 입항하여 대기하다가 같은 달 27일 대련에 있는 어선조선소(Fishing Boat Shipyard)로 옮겨져 손상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바.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은 크고 작은 유빙에 갇혀 계속 충돌됨으로 인하여 항해를 계속하지 못하고 모래톱에 좌초되었으며, 좌초되어 좌현으로 경사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예인되기까지 40시간 이상을 파도와 유빙에 계속 부딪히면서 좌우로 진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선체의 외판, 기관실 내부의 기계, 프로펠러와 측계, 방향타와 조타기어 등이 손상을 입었다.

 

 

 

사. 이러한 손상에 대하여 선적국인 벨리즈의 항만검사원이 검사를 하였고, 그 권고에 따라 원고는 1996. 3. 4.경 대련 ○○조선소로부터 직접수리비로 미화 631,710달러의 견적서, 대련 ○○ ○○조선소로부터 직접수리비로 미화 569,667달러의 견적서를 각 제출받아 같은 달 21일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는 추정 전손에 해당하므로, 위부(委付)와 동시에 보험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2. 영국 해상보험법상 기간보험에서의 감항능력

 

 

 

가.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의 격벽(Double Bottom Ballast Tank Bulkhead), 선저 외판(Bottom Shell) 및 타축(Rudder Stock)에 부식 또는 균열이 있는 등 해상운송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으며, 피보험자인 원고도 이를 알면서 항해를 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면책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나. 이 사건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39조 제4항은 ‘어느 선박이 부보된 해상사업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모든 점에서 상당히 적합(reasonably fit)할 때에는 감항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5항은 ‘기간보험(Time Policy)에서는 해상사업의 어떤 단계에서이든 선박이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가 없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with privity of the assured) 항해하게 하였다면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법리에 의하면, 해상보험의 경우 감항성 또는 감항능력(seaworthiness)은 ‘특정의 항해에서 통상적인 위험에 견딜 수 있는 능력(at the time of the insurance able to perform the voyage unless any external accident should happen)’을 의미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어떤 선박이 감항성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를 확정하는 확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특정 항해에서의 특정한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며(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60332 판결 참조), 항해 보험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감항능력 불비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지만, 기간 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한 묵시적 담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따라서 이 법리에 의하면 선박 기간 보험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손해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 즉 손해의 일부나 전부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이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되, 이러한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면책요건으로서 피보험자의 악의(privity)는 영미법상의 개념으로서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 된 사실로 인하여 해당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감항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positive knowledge of unseaworthiness)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turning the blind eyes to unseaworthiness)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21년 전인 1974. 1.에 건조되어 노후되었고, 이 사건 보험증권상 보험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Recommendation)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적 담보조건으로 하고 있는 사실(갑 제2호증의 1 참조), 이 조건에 따라 1995. 11. 2.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선주 대표와 담당자들이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전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았는데, 그 결과 한국선급은 1995. 11. 25.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고, 1996. 5. 2.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에 걸친 지적사항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Survey Report, 갑 제8호증)를 제출한 사실, 원고 회사는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였으나, 한국선급의 지적사항을 완전하게 수리한 바는 없는 사실, 1995. 11. 10. 이 사건 선박의 1, 2, 3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가 부식으로 인하여 매우 낮은 홀수에서도 균형을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즉시 수리되어야 한다는 수리 신청이 있었는데도(갑 제10호증), 이 사건 보험사고 이전에 이와 같은 하자가 수리되었다는 흔적이 없는 사실(1995. 11. 2. 한국선급에 의한 조사 당시까지는 이 부분에 통로가 없어 자세히 조사된 바 없다. 갑 제8호증의 수리요청사항 12항 참조), 이 사건 사고 직후 선박을 조사한 □□□사 작성의 서면에 의하면, 선박조사 당시 선원들로부터 선장과 기관장이 선주에게 선박과 해상의 상태에 비추어 항해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건의하였다고 말한 사실(을 제11호증,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장 안○○도 증인으로 나와 이 사건 선박을 뉴잉코우항으로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주에게 말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기록 491면), 그 밖에도 전체적으로 이 사건 선박은 부식이 매우 심하고, 선박의 타축, 타축지지 브라켓 등에 사고 이전 균열로 인한 용접 흔적까지 보이는 사실, 이 사건 선박의 화물적재중량은 1,601t인데 사고 당시 1,348t의 화물이 적재되어 거의 만재에 가까운 상태였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라.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거의 모두 객관적인 사정들로서 선주인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선주인 원고에게 직접적인 수리요청까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감항능력의 부재에 대한 원고의 악의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이에 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선박 기간보험의 경우에 감항능력의 부재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해당 선박의 감항능력 부재와 피보험자인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 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부재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감항능력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외판이 유빙과의 충돌로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될 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 감항능력의 부재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달리 인과관계의 점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바,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의 감항능력 부재로 인한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결국 상고이유 제1점은 이유가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

 

 

 

3.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원심은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초가 되는 선박수리비의 해석 및 입증정도에 관하여, 영국의 해상보험법에 의하면, 추정전손의 판단기준이 되는 수리비에는 그 손상을 수리하는 데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뿐 아니라,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하여 오는 비용,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올 수 있도록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하여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 검사관의 수수료 등이 포함되고, 위부 후에 수리비가 위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판명되더라도 위부가 행해질 때 존재하는 사실에 입각하여 피보험자가 위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따라서 위부 이후에 위부가 행해질 때의 사실에 대한 반증이 제시되더라도 결정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원고로서는 위부 당시인 1996. 3. 20.경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하는 비용,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하여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 검사관의 수수료 등을 제외한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수리비만으로도 미화 5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와 같은 예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었다.

 

 

 

나. 추정 전손에 관하여, 이 사건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 해상보험법 제56조는 제1항에서 ‘손해는 전부이거나 일부일 수 있다. 이하에서 정의하는 전손 이외는 분손이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전손은 현실 전손(actual total loss)일 수도 있고, 추정 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일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제60조 제1항에서는 ‘보험증권상의 명시적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보험목적의 현실전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또는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 보험목적의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전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abandonment)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추정전손이 있다.’고 규정하며, 제60조 제2항 제2호는 ‘특히 다음의 경우는 추정전손이 있다. 선박이 훼손된 경우, 선박이 피보험위험으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그 훼손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이 수리비의 산정에는 수리에 관하여 다른 이해관계인이 지급하여야 할 공동해손분담액을 공제하여서는 아니되는 반면, 장래의 구조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선박이 수리될 경우에 선박이 부담하게 될 장래의 공동해손분담액은 수리비에 가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2조 제1항은 ‘추정전손인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보험금액을 수리 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선박 또는 난파선의 훼손된 가액 또는 해체된 가액은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해상보험법의 규정과 관습에 의하면,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위부통지 당시에 객관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실이 기초가 되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주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은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시점은 보험자가 피보험자로 하여금 위부통지 혹은 그 통지에 대한 거절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된 것과 같은 지위에 있게 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상, 위부 통지시의 사실관계가 아니고, 보험금 청구소송의 제소시(at the commencement of the action)에 존재하는 사실관계에 의하여 그 여부가 판단된다.

 

나아가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법리에 의하면, 어떠한 보험사고가 추정 전손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피보험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고(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따라서 그가 선박을 구조하고 수리하는 비용이 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영국 해상보험법 제55조 제1항이 ‘보험자는 보험증권에서 달리 약정하지 않는 한, 부보위험(付保危險)에 근인(近因)하여 발생한 손해(loss proximately caused by a peril against)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지고, 부보위험에 근인하여 발생하지 아니한 손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와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는 보험사고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선박의 수리비는 해당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한정되어야 하고,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하지 않은 수리비는 제외되어야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로서는 해당 보험사고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부를 하기 위하여는 우선 해당 피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면 이 사건 선박이 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상태였음과 보험사고 후에 발생한 수리비를 입증하거나, 혹은 위와 같은 선박의 보험사고 전무하자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해당 피보험사고로 인하여 손상을 입은 선박 부분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리비를 입증하여야만 한다.

 

또 추정전손인지 여부의 판단을 위한 영구 해상보험법 및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상의 선박수리비는 훼손된 선박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이에는 선박의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감정하기 위한 비용․선박을 수선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비용․선급검사인의 검사료․예선증명서의 발급비용․수선감독자의 감독비용․기타 수선에 부수하는 비용도 포함된다(대법원 20001. 2. 23.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그리고 그 수리의 정도는 동일한 적하를 운송하는데 필요한 수리가 아니라 공선(空船) 상태로 또는 어떠한 적하 상태에서 원래의 목적항으로 항해할 수 있는 선박으로 수리하는 것으로서, 영국법상 수리비는 사고발생 장소와 시간상 그 선박에 수반하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산정하되, 문제는 선박이 존재하는 곳에서의 수리비가 얼마인가라는 것이다. 또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에 따라 수리비를 평가할 경우에 선박의 나이, 노후 등으로 인하여 증가된 수리비는 공제하지 않지만, 선박이 수리 후의 가격보다 적은 비용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선박의 노후상태로 인하여 완전한 수리를 위한 비용이 수리 후의 선박가격보다 많다는 이유로 추정 전손을 주장하여 위부를 선택할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전손담보(Total Loss Only)계약으로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선박의 훼손으로 인한 수리비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것은 바로 보험사고의 발생을 주장하는 것이고, 그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훼손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하고,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가 위부통지 시점 혹은 위부통지의 거절 시점에 보험금 청구소송이 제기된 것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명시의 의사표시가 없었던 이상(기록상 그와 같은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피보험자인 원고가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시점까지 현출된 모든 객관적 사실과 상황을 기초로 그 객관적인 수리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원심은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수리비의 수액을 확정하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제출한 감정서들에 대하여는 원고가 위부통지할 당시까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증거가치를 배척하고, 원고의 주관적 예상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인용하였는바, 이 점에서 영국 해상보험법상 추정전손과 위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나아가 원고가 그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수리비에 관하여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면 이 사건 선박이 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상태였음과 보험사고 후에 발생한 수리비를 입증하거나, 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손상을 입은 선박 부분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리비를 입증하여야만 하고, 그 수리비의 산정을 위한 감정도 그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산출근거가 불분명하다면 그 자체로써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를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들로서는 ① 1996. 3. 4. 대련 □□조선소 작성의 미화 631,710달러 견적서, ② 대련 송□□ □□조선소 작성의 미화 569,667달러 견적서, ③ 신일본 검정협회 검정인 히○○ ○○○ 작성의 수리비가 최소한 미화 50만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취지의 추가 검정보고서(갑 제5호증)가 있는바, 첫째로, ①, ② 각 견적서는 객관적인 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감정인이나 검정인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고 선주의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많은 조선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견적서에 불과하여 그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점, 둘째로, ①, ②, ③의 견적서 및 보고서 모두 사고가 발생한 후 선박을 완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을 전제로 선박에 대한 모든 수리비를 산정한 것으로 보이고, 사고로 인하여 선박이 훼손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와 사고 이전부터 선박에 이미 손상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셋째로, ③의 검정보고서의 경우 검정인인 히○○ ○○○가 주로 일본에서 검정과 감정업무를 하였을 뿐 중국에서의 업무는 처음으로서, 작성된 보고서 자체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지 아니하고 송□ □□조선소 작성의 ② 견적서의 타당성만을 검토하고, 그 중 일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후 최소 수리비가 미화 50만 달러라는 취지로 감정하여 정상적인 형식을 갖춘 감정서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며, 감정내용에서도 수리비의 산정은 현지 수리비를 기준으로 감정하여야 할 것인데, 수리의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하거나 혹은 일본에서 재료를 가져와 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고, 수리의 기준이 되는 중국 현지의 수리요율표와는 달리 강제수리 단가의 경우 현저히 고액인 송□□ □□조선소의 견적내용에 대하여도 별다른 합리적인 설명 없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들 증거는 어느 것도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 제출의 견적서와 검정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와 현저한 격차가 있는 손해사정인 작성의 두개의 감정서를 따로이 제출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선박의 경우 이미 본 바와 같이 수리를 요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리한 흔적 없이 출항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정황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각 견적서와 검정보고서 등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만 달러를 초과하여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점, 즉 이 사건 보험사고인 전손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추정전손 여부에 대하여 소 제기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원고가 주장하는 수리비에 대하여 더 심리함으로써 과연 이 사건 선박이 출항 전에 수리를 요하는 상태가 아니었는지, 수리를 요하는 상태였다면 그 부분과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수리를 요하는 부분의 특정이 가능한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은 특정이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입증방법은 없는지, 그와 같은 선박에 대한 직접수리비가 확정된다면 수리비에 포함되어야 할 부대비용을 모두 합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보험사고로 인한 수리비는 얼마인지 등을 따져 원고청구의 당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원심은 추정전손과 위부에 관한 영국해상보험법상의 법리를 오해하고, 수리비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2점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고법 2000. 4. 4. 선고, 99나28717 판결]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제2, 제3호증의 각 1, 2, 갑 제4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증인 안○○의 증언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원고는 선박회사로서 벨리즈(BELIZE) 국적의 이 사건 선박인 골○○○○○○(총 톤수 1,253톤, 화물적재중량 1,601.00톤, 선종 일반화물선, 건조일 1974. 1., 건조자재 강철, 1995. 11. 2. 그 명칭이 골○ ○○○○○호에서 골○ ○○○○호로 변경되었다)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해상보험 등 각종 손해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선박관리자 소외 ○○해운 주식회사는 1995. 10. 2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피보험자는 원고, 보험기간은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 보험목적은 선체 및 기타 기물,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은 각 미화 500,000달러, 보험료는 미화 28,944.50달러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증권번호 : 5102×××) 그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 위험, 적하 또는 연료의 선적, 양화 또는 이동 중의 사고, 기관의 파열, 차축의 파손, 또는 기관이나 선체의 잠재적 하자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Total Loss Only, 현실 전손과 추정 전손을 포함한다)만 담보하며(제6조), 추정 전손과 관련하여는 보험금액을 수리 완료 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고 1회의 사고 또는 동일 사고로 인한 연속된 손상에 관련된 비용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제12조),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하여는 영국의 법과 관습을 준거법으로 지정하였다.

 

 

 

라. 한편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제3 가.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보험계약의 조건인 현상조사 및 수리를 받은 후, 화물운송을 위하여 1996. 1. 28. 13:00경 중국 뉴잉코우(NEW YINGKOU)항에 입항하여 정박하고 있다가 같은 달 30. 10:30경 정박소(BERTH No. 5)에 접안하여 마그네사이트 화물 1,348.570톤(MATRIC TON)을 적재한 후, 같은 달 31. 12:30경 위 항을 출항하여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KUTAGAM)항을 향하여 항해를 하던 도중 같은 해 2. 1. 21:30경 북위 40도 09분 34초 동경 121도 48분 4초 해상에서 유빙과 조류에 밀려 좌초되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마. 이 사건 사고 후 중국의 항만당국에 비상구조요청을 하였으나 이 사건 선박은 유빙과 조류에 충돌을 받으며 표류하던 도중 1996. 2. 3. 18:30경 출동한 예인선 2대에 의하여 뉴잉코우항에 예인되었으나 침수량이 많은 관계로 항만당국에 긴급 양하요청을 하였고, 같은 달 6. 02:30경 양하를 마친 다음 다시 예인선에 의하여 같은 달 19.경 중국 대련(DALIAN)항에 입항하여 대기하다가 같은 달 27. 대련에 있는 어선조선소(Fishing Boat Shipyard)로 옮겨져 손상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2. 영국의 해상보험법 규정 및 당사자들의 주장

 

 

 

가. 영국의 해상보험법 규정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의 해상보험법에는, 보험목적이 파괴된 경우 또는 보험목적이 손상되어 더 이상 부보된 종류의 물건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의 점유를 박탈당하여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현실전손이 되고(제57조 제1항), 보험목적이 선박인 경우에는 선박이 손상되어 그 손상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이 되며(제60조 제2항), 추정전손이 있는 경우 피보험자는 그 손해를 분손으로 취급할 수도 있고 또는 보험목적을 보험자에게 위부(Abandonment)하고 그 손해를 현실전손인 것처럼 취급할 수 있으며(제61조),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을 위부하기로 선택하였으면 위부의 통지를 하여야 하되(제62조 제1항), 위부의 통지는 서면이나 구두로 또는 일부는 서면으로 일부는 구두로 할 수 있고 보험목적에 관한 피보험자의 부보 이익을 보험자에게 무조건 위부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면 어떠한 용어로 하여도 무방하고(제2항), 유효한 위부가 있을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목적의 잔존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이익과 이에 부수되는 권리를 승계한다고(제63조 제1항)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선박에 손상을 입었는데 그 수리비가 보험가액 및 보험금액인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여 추정전손에 해당하고 원고가 위부통지를 하였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위 보험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

 

 

 

①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명시담보를 불이행하였으므로 ② 이 사건 선박은 감항능력이 없으며 원고가 이를 알면서도 운행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면책되고, ③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아니하고 ④ 원고가 위부통지를 한 바 없으고 다투는 한편 ⑤ 이 사건 선박의 매각대금은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라. 따라서 제3항에서는 피고의 주장을 순서에 따라 판단하기로 한다.

 

 

 

3. 판 단

 

 

 

가. 명시담보

 

 

 

(1) 이 사건 보험계약에 있어 보험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Recommendation)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적 담보조건으로 한 사실은 위 갑 제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갑 제8호증 내지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명시적 담보조건을 이행하기 위하여 1995. 11. 2.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선주 대표와 그 외 다른 담당자들이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정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은 사실, 위 한국선급은 위 확인 및 검증을 거쳐 1999. 11. 25.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으나 지적사항(Recommendation)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 그 지적사항으로는 1996. 5. 2.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Survey Report)를 제출한 사실, 위 지적사항과 항해사 등 이 사건 선박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고는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까지 사이에 □□산업, □□□□공업사,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해치 덮개를 용접하며 선창 격벽을 제작하는 등 합계 2,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수리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명시적 담보조건인 현상검사를 받고 그 지적사항을 이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원고가 위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지적사항의 이행기한이 1996. 5. 2.인데 그 이전인 1996. 2. 1.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상 원고가 명시적 담보조건을 불이행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나. 불감항능력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의 해상보험법 제39조 제5항에는 ‘기간 보험(Time Policy)에 있어서는 해상사업의 어떤 단계에서이든 선박이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인 담보가 없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알면서도(with privity of the assured) 선발을 감항능력이 없는 상태로 항해하게 하였다면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은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의 격벽(Double Bottom Ballast Tank Bulkhead), 선저 외판(Bottom Shell) 및 타축(Rudder Stock)에 부식 또는 균열이 있는 등 해상운송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으며 피보험자인 원고도 이를 알면서 항해를 하게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자인 피고가 면책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갑 제10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12호증의 각 영상내용 및 제1심증인 이○○의 증언만으로는 위 갑 제8호증의 기재 및 위 안○○의 증언, 제1심증인 히○○ ○○○의 증언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었다거나 원고가 이를 알면서도 항해를 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수리비

 

 

 

(1) 수리비의 해석 및 입증정도

 

 

 

영국의 해상보험법에 의하면 추정전손이 판단기준이 되는 수리비에는 그 손상을 수리하는데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뿐 아니라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하여 오는 비용,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올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하여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검사관의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고 해석되고 있고, 위부 후에 수리비가 위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판명되더라도 위부가 행해질 때 존재하는 사실에 입각하여 피보험자가 위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따라서 위부 이후에 위부가 행해질 때의 사실에 대한 반증이 제시되더라도 결정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2) 수리비 액수

 

 

 

갑 제5호증, 갑 제15호증의 1 내지 60, 갑 제16, 제17, 제18, 제20, 제24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또는 각 영상내용, 위 김○○, 제1심증인 히○○ ○○○, 당심증인 김△△, 이○○, 이△△의 각 일부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은 크고 작은 유빙에 갇혀 계속적인 충돌을 받음으로 인하여 항해를 계속하지 못하고 모래톱에 좌초되었으며 모래톱에 좌초되어 좌현으로 경사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예인되기까지 40시간 이상을 파도와 유빙에 계속 부딪히면서 좌우로 진동을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선체의 외판, 기관실 내부의 기계, 프로펠러와 측계, 방향타와 조타기어 등의 손상을 입은 사실, 이러한 손상에 대하여 선적국인 벨리즈 항만 검사원이 검사를 하였고, 그 권고에 따라 원고는 1996. 3. 4.경 대련에 소재한 ○○조선소로부터 직접적인 수리비로 미화 631,710달러가 소용된다는 견적서를 제출받고, 아울러 그 시경 대련의 송○ ○○조선소로부터 직접적인 수리비로 미화 569,667달러가 소요된다는 견적서를 제출받은 사실, 또한 원고는 같은 달 11. 위 ○○조선소의 조정된 견적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수리비만도 미화 450,000달러를 초과한다는 통지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1996. 3. 20.경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하여 오는 비용,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올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하여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검사관의 수수료 등을 제외한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수리비만으로도 미화 500,000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고 할 것이다.

 

1996. 3. 21. 원고가 위부통지를 하였음은 아래 라.항의 인정과 같은 이상, 설사 피고가 그 후인 같은 달 25. □□□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수리비가 미화 230,000달러라는 감정보고서(을 제1호증)를, 같은 해 4. 23. □□손해사정으로부터 수리비가 미화 215,538달러라는 감정보고서(을 제2호증)를 각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① 위와 같이 위부 후에 수리비가 위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판명되더라도 위부가 행해질 때 존재하는 사실에 입각하여 피보험자가 위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따라서 위부 이후에 위부가 행해질 때의 사실에 대한 반증이 제시되더라도 결정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함이 상당한 점(피고는 위 1996. 3. 21.까지 아무런 감정보고서나 견적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② 위 □□□ 또는 □□손해사정의 감정보고서는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을 정도로 노후되거나 손상이 있는 상태에서 항해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선저외판의 손상의 일부를 수리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손해사정의 감정인은 선저외판의 부분을 직접 보지 않고 다른 감정인의 조사를 토대로 감정서를 작성한 것이며 기관추와 보조기관 등에 관한 손상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손상되었음을 전제로 수리비를 제외하거나 선주에게 50%를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수리비를 산정한 것으로 보이며 선체 내부 부분에 관한 손상에 관하여는 이를 별도로 고려하지 아니한 점, ③ 원고가 같은 해 4. 말경 신일본검정협회(SHIN NIHON KENTEI KYOTAI)에 수리비의 감정을 의뢰하여 위 협회로부터 같은 해 5. 8. ‘위 송□ □□조선소의 견적서의 금액이 이 사건 선박의 감항성을 회복시키고 그 손상을 수리하는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산출된 금액이다. 위 견적서의 항목 중 5개 항목의 수리 가격이 높게 평가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받은 점(갑 제5호증), ④ 위 가.항의 인정과 같이 위 한국선급의 1999. 11. 25.자 검증보고서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비록 그 선령에 비하여 나쁜 상태로 유지되었으나 지적사항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고 그 지적사항으로는 1996. 5. 2.까지 23항목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또한 원고가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까지 사이에 적지 아니한 수리비를 들여 수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래 마. 항의 인정과 같이 원고가 1996. 12. 26. 이 사건 선박을 미화 57,600달러 정도의 저가에 매각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1996. 3. 20.경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수리비만으로도 미화 500,000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라. 위부통지

 

 

 

갑 제22호증의 기재와 위 김○○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추정전손을 주장하며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하였고, 특히 1996. 3. 21.에는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추정전손 판단 기준일을 이 사건 선박을 대련항으로 이동하기 전일인 1996. 2. 15.로 확정해 달라는 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전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그렇다면 위 1996. 3. 21.에는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고 추정전손 판단 기준일에 대한 원고의 의견을 통지함으로써 원고는 적법하게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위부통지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이후 원고가 수리비 감정서를 제출받아 피고에게 제출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였다거나 이 사건 선박을 매각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마. 매각대금

 

 

 

갑 제21호증, 갑 제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위 인정의 위부통지를 하고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여 온 사실,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관한 보관비(DOCK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고 이에 피고가 알아서하라고 통지한 사실, 이에 원고는 1996. 12. 26. 이 사건 선박을 □□□□□□ □□□공장에 중국 인민 페 480,000RMB(1996. 3. 대미달러 환산율인 0.12에 따라 환산하면 미화 57,600달러이다)에 매각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유효한 위부가 있는 이상 보험자인 피고는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매도한 것은 피고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 되어 그 매각대금은 이를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를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하기로 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미화 442,400달러(보험금액 : 미화 500,000달러 - 이 사건 선박의 매각대금 : 미화 57,600달러) 및 이에 대하여 위부통지를 한 다음날인 1996. 3. 22.부터 원고가 구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1999. 5. 7.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가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서울지법남부지원 1999. 5. 7. 선고, 97가합9919 판결]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갑 제4호증의 각 지재와 증인 인○○의 증언에 반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선박회사로서 벨리즈(BELIZE) 국적의 선박 골○ ○○○○(1995, 11. 2. 그 명칭이 골× ○○○○○호에서 골○ ○○○○호로 변경되었다.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의소유자이고, 피고는 해상보험 등 각종 손해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보험계약자는 선박관리자인 □□해운 주식회사였다)는 1995. 10. 23.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총톤수 1253톤, 화물적재중량 1,601.00톤, 선중 일반화물선, 건조일 1974. 1. 건조자재 강철)에 관하여, 보험기간은 1995. 10. 23. 12:00부터 1996. 10. 23. 12:00까지, 피보험목적물은 선체 및 기타 기물, 보험가액 및 보험가액금액은 미화 500,000불, 보험료는 미화 28,944.50불로 정하여 선박보험계약(보험증권번호 5102×××, 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위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다. 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에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 위험, 적하 또는 연료의 선적, 양하 또는 이동중의 사고, 기관의 파열, 차축의 파손, 또는 기관이나 선체의 잠재적 하자 등으로 인하여 선박이 전손된 경우(TOTAL LOSS ONLY, 현실적인 전손과 추정적인 전손을 포함한다)만 담보하며(제6조), 추정전손과 관련하여서는, 보험금액을 수리완료후의 선박가액으로 간주하며, 1회의 사고 또는 동일사고로 인한 연속된 손상에 관련된 비용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2조)

 

 

 

라.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의 해상보험법에는, 현실전손을 ① 보험목적이 파괴된 경우 ② 보험목적이 훼손되어 더 이상 부보된 종류의 물건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 ③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의 점유를 박탈당하여 회복할 수 없는 경우로(제57조 제1항), 추정전손을 ① 피보험자가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자신의 선박이나 화물의 점유를 박탈당하고 그 선박이나 화물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아니한 경우 또는 그 선박이나 화물을 회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회복되었을 때의 선박이나 화물의 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② 선박이 훼손된 경우에는 그 훼손을 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③ 화물이 훼손된 경우에는 그 훼손을 수리하여 화물의 목적지까지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도착하였을 때의 화물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제57조 제1항과 제60조 제1, 2항) 등으로 규정 하고 있다.

 

 

 

마. 한편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험계약과 관련된 현상 조사를 받고 수리를 마친 후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1996. 1. 28. 13:00경 중국 뉴잉코우(NEW YINGKOU)항에 입항하여 정박하고 있다가 같은 달 30. 10:30경 정박소(BERTH NO. 5)에 접안하여 마그네싸이트 화물 1,348,570 매트릭 톤을 적재한 후, 같은 달 31, 12:30경 위 항을 출항하여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KUTAGAM)항을 향하여 항해를 하던 도중 같은 해 2. 1. 21:30경 북위 40도 09:34 동경 131도 48.4분 해상에서 유빙과 조류에 밀려 좌초되자 중국의 항만당국에 비상구조요청을 하였다.

 

 

 

바. 그 후 이 사건 선박은 유빙과 조류의 충돌을 받으며 표류하던 도중 1996. 2. 3. 18:30경 출동한 예인선 2대에 의하여 위 항구에 예인되었으나 침수량이 많은 관계로 위 항만당국에 긴급 양하요청을 하였고, 같은 달 6. 02:30경 양하를 마친 다음 다시 예인선에 의하여 같은 해 2. 19.경 중국 대련항(DALIAN)에 입항하여 대기하다가 같은 달 27. 대련에 있는 어선 조선소(Fishing Boat Shipyard)으로 옮겨져 손상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2.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에 발생한 손상을 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보험금액인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므로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그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아니하므로 추정전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 갑 제8호증 내지 갑 제14호증, 갑 제17호증, 갑 제18호증, 갑 제20호증, 갑 제2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히○○ ○○○, 김○○, 안△△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회사는 이 사건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가 보험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물인 이 사건 선박에 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받고, 그 현장검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한 사실, 그에 따라 원고는 1995. 11. 2.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선주 대표와 그 외 다른 담당자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한국선금으로부터 선박의 청구서, 기계 및 장비의 안전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은 사실, 한국선급은 1999. 11. 25.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작성한 검증보고서에서, 경하홀수선 상단의 외관, 노천갑판, 화물창, 정박 및 계선장비, 조타기, 항해 장비 및 무선통신 장비, 주기관 및 축선, 보조 기계 등 선박의 중 부분은 그 상태가 양호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다만 녹이 쓴 기관의 모터 팬 덮개, 기관실의 천장, 밸러스트 공기 파이프의 상단 등 부분적으로 파손되거나 노후된 부품들을 1996. 5. 2.까지 완전하게 수리받아야 하며, 그와 같은 지적사항을 만족스럽게 수리한다면 튼튼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한 사실, 위와 같은 한국선급의 지적과 항해서 등 이 사건 선박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고는 1995. 11. 2.부터 같은 달 28까지 사이에 ○○산업, 세○○○공업사,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해치 덮대를 용접하며 선창 격벽을 제작하는 등 금 2,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수리를 한 사실(한편 위 한국선급과는 별도로 세○○ ○○개발이 1995. 10. 28. 이 사건 선박의 선저 등의 상태에 관하여 조사한 잠수작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 선박의 프로펠러, 키, 좌현과 우현의 해수박스, 슈우 파이스, 좌현과 우현의 빌지 킬의 상태가 모두 양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와 같은 수리를 마친 후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을 출발하여 중국의 뉴잉코우(New Yinkou)항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입항하였다가 화물을 싣고 목적지인 일본의 쿠타감(Kutaham)으로 항해중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 {따라서 위와 같은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었다거나(피고가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보험금액을 미화 500,000달러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 사건 선박이 입은 손상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아니라는 피고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은 크고 작은 유빙에 갇혀 계속적인 충돌을 받음으로 인하여 항해를 계속하지 못하고 모래톱에 좌초되었고, 모래톱에 좌초되어 좌현으로 경사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예인되기까지 40시간 이상을 파도와 유빙에 계속 부닺히면서 좌우로 진동할 한 사실, 그와 같은 항해 중의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은 선체에 외판, 기관실 내부의 기계, 프로펠라와 측계, 방향타와 조타기어 등의 손상을 입은 사실, 위와 같은 손상의 수리 등에 관하여 선적국인 벨리즈 항만 검사원의 권고에 따라 대련 소재의 Nancheng 조선소에 의뢰하여 수리 견적을 받은 결과 그 수리비가 미화 631,710 달러에 달하고 대련의 송□ □□조선소에서 작성한 수리견적액도 미화 569,667달러에 달하는 사실, 그 후 신일본검정협회(Shin Nihon Kokai, 이 회사는 1947년에 설립된 회사로서 그 직원수가 800여명에 달하며 한국 대리점인 콤사를 통하여 피고회사와도 약 10년 이상 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온 회사이다) 소속 감정인인 히○○ ○○○ 는 1996. 4. 28부터 같은 달 30.까지 3일 동안 당시 이 사건 선박이 있던 대련 어선 조선소(Fishing Boat Shipyard)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같은 달 28.에는 현장조사 및 견적조사내용을 작성하고, 같은 달 29.에는 공사내용을 상의하며 요율표를 작성하고, 같은 달 30.에는 요율표를 작성하여 이를 검토한 후 견적서 작성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는바, 이를 토대로 1996. 8. 2. 작성한 감정보고서에서 위 대련 송□ □□조선소에서 작성한 견적서의 수리비 금액이 이 사건 선박의 감항성을 회복시키고 그 손상을 수리하는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산출된 금액이라는 평가를 한 후, 위 조선소에서 작성한 항목 중 빌지킬의 교환 등 5개 항목의 수리 가격이 높게 평가된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평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의 증언은, 이 사건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을 정도로 노후되거나 손상이 있는 상태에서 항해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선저외판의 손상 중 충격으로 함몰된 깊이가 15mm이하인 부분을 모두 수리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도 선저외판의 일부는 유빙의 충격 등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부식으로 인한 파공이라는 판단으로 수리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제외시킨 점(이는 위와 같이 피고가 한국선급에게 이 사건 선박의 현상점검을 의뢰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거액의 보험금액을 정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한 경위 및 위와 같이 40시간 이상 동안 유빙 및 파도로부터 계속하여 충격을 받음으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에 손상이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그 수리범위를 정하였다고 판단된다), 또 □□해상의 감정인인 이○○는 이 사건 수리비의 산정에 있어 원고측과 중요한 차이가 있는 선저외판 부분은 직접 보지도 않고 Send Shipping & Enginee사의 감정인인 C. M. Zhu로 하여금 대신 선저를 조사하게 하여 이를 토대로 선저부분에 관한 감정보고서를 작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관추와 보조기관 등에 관한 손상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수리비를 제외하거나 선주에게 50%를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수리비를 산정하였고(만약 그와 같은 중요한 부분에 손상이 있었다면 한국선급의 현상조사보고서에 그러한 점이 지적되었어야 할 것이다) 선체 내부 부분에 관한 손상에 관하여서는 이를 별도로 고려하지 아니한 점, 또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을 위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피고에게 한 이후 이 사건 선박의 보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이를 1996. 12. 26. □□□□□□□□□공장에 중국 인민폐 480,000RMB(1996. 3. 대미달러 환산율인 0.12에 따라 환산하면 미화 57,600달러이다)에 매각하였는데 위 매수인도 이 사건 선박의 손상이 심하여 이를 정상적인 선박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콘테이너로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증거들은 이를 믿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나머지 각 증거들은 종합하여도 우 인정사실을 뒤집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이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입은 손상을 수리하여 감항능력이 있는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위 보험계약상 수리완료후의 가액으로 간주되는 금액인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여기에 예인 후 대련항으로 이동하여 정박시키는 비용 등 부수적인 비용으로 들어간 미화 약 100,000달러 이상을 더하면 그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하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이 입은 손상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위부 통지의 여부

 

 

 

한편 위 보험계약에 따르면, 원고가 보험목적물의 훼손을 추정전손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보험자인 피고에게 위부 통지를 하여야 하고, 위부 통지는 구두 또는 서면으로 하되 통상 위부 원인을 특정하여 보험목적물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고 보험금액을 청구하는 형식을 취하는 바, 갑 제22호증의 기재와 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후 차례에 걸쳐 추정전손을 주장하며 보험금액의 지급을 피고에게 요구하였고, 1996. 3. 21.에는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기재한 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전소하였는바, 그렇다면, 적어도 위 1996. 3. 21. 원고가 위와 같이 보험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취지의 취지의 통지를 함으로써 원고는 적법하게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위부 통지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추정전손에 따른 보험금액인 미화 500,000달러와 이에 대하여 위와 같이 원고가 보험금액이 지급을 구하면서 위부통지를 한 1996. 3. 21. 다음날부터의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라. 피고의 항변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이 피고에게 위부되었다면 그 선박에 대한 권리는 피고에게 귀속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처분함으로써 취득한 금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21호증, 갑 제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부 통지를 하며 보험금액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에 미치지 아니한다며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한 사실, 이에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관한 보관비(Dock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을 처분하겠다고 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알아서 하라고 한 사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을 1996, 12. 26. □□□□□□ □□□ 공장에 중국 인민폐 480.000RMB(1996. 3. 대미달러 환산율인 0.12에 따라 환산하면 미화 57,600달러이다)에 매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그렇다면, 피고가 위부받기를 거절하여 이 사건 선박은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후 처분되었으나 피고의 사정으로 처분이 지연되었음에 비추어 처분당시의 금액을 위부통지일에 소급하여 공제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처분함으로써 취득한 위 미화 57,600달러를 공제한 나머지 보험 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금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어서 이 부분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442,400달러(= 미화 500,000달러 - 미화 57,600달러)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위부통지를 한 다음날인 1996. 3. 22.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1999. 5. 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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