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및 분쟁사례 > 생명·상해보험
보험사고 발생 후 피보험자가 보험금청구 포기서를 작성한 경우 그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춘천지법 강릉지원 2005. 2. 1. 선고, 2004나2295 판결)
판결요지
□ 보험금 지급대상인 보험사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요구에 따라 피보험자가 보험금 지급대상 사고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 피보험자는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함에 있어 그 동기에 착오를 일으켰다 할 것이고 그 동기는 보험자에게 표시되어 그 내용의 중요부분에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달리 위 착오가 피보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권 포기는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에 관한 피보험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고 자신의 주장은 모두 포기하는 것이어서 상호양보를 전제로 한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사 화해계약이라고 보더라도 피보험자가 착오한 사항은 이 사건 사고가 보험금 지급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이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서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은 사항으로서 단지 그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항에 불과하여 화해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1 내지 4호증, 제5호증의 1 내지 6, 을 제1호증의 1 내지 18,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2. 10. 8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강원○고○○호 현대 15톤 덤프트럭(이하 ‘이 사건 덤프트럭’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보험자를 피고, 보험기간을 2002. 10. 8.부터 2003. 10. 8까지로 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하면, 원고 회사의 보상책임에 관하여 “대인배상Ⅰ․책임보험” 항목에서는 “피보험자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대인배상Ⅱ․책임보험 초과손해” 항목에서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 중 대인배상Ⅰ로 지급되는 금액 또는 피보험자동차가 대인배상Ⅰ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대인배상Ⅰ로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을 넘는 손해를 이 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보상하는 책임을 집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피고는 위 대인배상Ⅱ에도 무한으로 가입되어 있다.
다. 피고는 2002. 11. 14. 18:20경 ○○시 ○○동 □□건설기계 앞 공터에서 이 사건 덤프트럭을 주차하여 놓고 다음날 돌을 실어 나르기 위해 적재함 뒤 문짝 연결핀을 내리치자 그 핀이 빠지면서 위 작업을 도와 주던 소외 최○○의 몸 위로 차량 문짝이 떨어져 이로 인하여 최○○으로 하여금 제3요추 및 제12요추 방출성 골절상을 입게 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라. 그 후 피고는 2002. 11. 15. 원고 회사 직원에게 “이 사건 덤프트럭의 덤프를 들고 후진하던 중 차량 문짝이 떨어지면서 뒤에서 수신호하던 소외 최○○이 그 밑에 깔려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사고내용을 허위신고하였고, 이에 원고 회사는 위 최○○의 치료비로 2002. 11. 22경부터 2003. 3. 8.경까지 총 9회에 걸쳐 합계 19,308,500원을 지급하였다.
마. 그러나 원고 회사는 자체 조사 결과 이 사건 사고 내용이 위 신고내용과 같은 후진 중 사고가 아니라 위 다. 항과 같이 차량을 주차한 상태에서 작업 중 발생한 사고임을 알고 차량 운행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고 하여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피고에게 위 치료비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위 허위신고가 드러난 데 대한 부담과 불안 등으로 인해 원고 회사의 요구대로 위 치료비 19,308,500원을 반환하였다.
바. 또한, 피고는 원고 회사의 요구에 따라 2003. 3. 28. 원고 회사에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보험회사(원고)에 후진 중 사고라고 접수를 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을 확인하며 차량의 사고가 아닌 작업 중의 사고를 허위로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화재(원고)에서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피고의 책임 하에 즉시 보험회사(원고)에 반환하며 본건의 청구를 포기합니다”라는 내용의 ‘보험청구 포기서’를 작성해 주었다.
사. 그 후 피고는 손해사정인 사무소로부터 이 사건 사고도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받게 되자 원고측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보험사기로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 이에 피고는 위 허위신고와 관련하여 2003. 8. 29. 보험사기로 기소되어 이 법원에서 벌금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2003. 11. 21. 벌금 7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2. 원고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는, 주차하고 있는 차량에서 적재함 뒤 문짝을 떼어내는 작업은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무관한 작업으로서 자동차의 고유장치의 일부를 그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관리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및 이 사건 보험계약의 적용 대상이 되는 ‘운행 중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보험금지급의무는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덤프트럭은 물건의 적재, 운송을 주목적으로 하는 차량으로서 다음날의 작업을 위해서는 적재함 뒤 문짝을 떼어내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와 같은 작업을 위해 위 차량을 공터에 주차하고 있었던 점, 적재함 문짝을 떼어내는 작업은 이 사건 덤프트럭에 물건을 적재하여 운송하는 것과 연속선상에 있어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점, 위 문짝 및 그 연결핀은 이 사건 덤프트럭의 일부분임이 분명하고, 물건의 적재, 운송이라는 이 사건 덤프트럭의 주목적에 비추어 볼 때 적재함에 물건을 안전하게 적재, 운송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덤프트럭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용되던 중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인 피고가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덤프트럭을 그 용법에 따라 소유, 사용, 관리하던 중 그로 인하여 최○○에게 상해를 입힌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상의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또한 원고는 피고가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2003. 3. 28. 허위신고 사실을 인정하고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반환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보험지급채무는 소멸하여 부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착오에 의하여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였다면서 그 취소를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사고는 보험금 지급대상인 보험사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요구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사고가 보험금 지급대상 사고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2003. 3. 28. 모든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위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함에 있어 그 동기에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것이고, 그 동기는 원고에게 표시되어 그 내용의 중요부분에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원고가 2004. 4. 6. 그 취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피고의 2004. 4. 2자 준비서면을 영수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의 보험금청구권 포기의 의사표시는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고, 달리 위 착오가 피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보험금청구의 포기는 화해계약에 해당하여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보험금청구권 포기는 피고가 보험금청구권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고 자신의 주장은 모두 포기하는 것이어서 상호양보를 전제로 한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사 화해계약이라고 보더라도 피고가 착오한 사항은 이 사건 사고가 보험금 지급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이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어서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은 사항으로서 단지 그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항에 불과하여 화해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