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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손해배상(산)】
판시사항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사용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한 요건
재판경과
대구고등법원 2003. 3. 5. 선고 2002나6747 판결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
참조법령
[1] 민법 제750조
전 문
【원고,피상고인】 이◎득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현탁 외 1인)
【피고,상고인】 금◈화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용우)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3. 3. 5. 선고 2002나674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소외 망 이♤주(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96. 12. 1. 피고에 입사하여 원사를 지관(실패)에 감는 권취(take-up) 작업을 담당하는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한 사실, 위 회사 생산직 사원의 근무형태는 1일 3교대로 통상 5일마다 오후조, 오전조, 야간조의 순서로 번갈아 근무하는데, 설날 때 휴무한 직원은 추석 때에, 추석 때 휴무한 직원은 설날 때에 각 2교대로 근무 조를 편성하여 근무한 사실, 망인이 근무한 작업장은 온도 38℃, 습도 72%로 고온다습하고, 소음도 정상노출기준을 초과하는 곳인데, 망인은 2000. 1.부터 8.까지 사이에 평균 월 27.9일, 시간외근무시간 125.75시간 정도 근무하였고, 사망하기 직전 1주일 중 2000. 9. 11.부터 같은 달 14.까지 4일 동안은 추석연휴가 있는 관계로 1일 2교대로 오후 7시에 출근하여 그 다음날 오전 7시에 퇴근한 사실, 망인은 같은 달 16. 오후 11시에 근무를 마치고 회사 동료들과 회사 근처에 있는 유료야구배팅(batting)연습장에서 30분 정도 야구배팅운동을 한 뒤 집으로 귀가하여 잠을 자다가 그 다음날 오후 3시경 몸이 굳어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사실,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망인을 최초로 검안한 의사 이태희는 망인의 사인을 심장사로 추정하면서, 기존의 심장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사료되며 급성 과로로 인한 심장부담 증가 및 이로 인한 급성 심장사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힌 사실, 망인은 평소 고혈압 1기의 증세가 있는 이외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며,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등 건강한 편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망인 등 피용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현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피용자들의 업무를 적절히 조정하여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피용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피용자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감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 및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피용자의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란 이러한 보호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는 원료 투입시부터 제품출고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하였고, 특히 망인이 근무한 권취 공정의 경우 각 근로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생산라인 앞에 앉아 있다가 자기가 맡은 라인 또는 휴식 등을 취하기 위하여 자리를 비운 동료들의 담당 라인에서 실이 끊어지거나 실이 다 감기어 경보음이 울리면 그 곳으로 가서 작업을 하게 되어 있어, 근로시간 내내 계속적 연속적으로 작업을 반복하는 여타 업무에 비하여 비교적 그 업무의 수행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공정에 이상이 없으면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으므로, 망인이 담당한 업무가 혼자 감당하기에 지나칠 정도로 과중한 것은 아니라 보여지고, 또한 망인은 위와 같은 연장 및 휴일근로를 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수당을 모두 받아왔으며 재직기간 중 한번도 위와 같은 근무형태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고혈압이나 건강을 이유로 연장근로를 거부하거나 피고에게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망인에게 판시와 같은 업무를 부과할 경우 그로 인하여 보통의 성인 남자인 피고가 사망에 이를 우려가 있음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판시 업무를 수행케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에게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책임에 있어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 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